축하합니다!
당신의 맘속에 미나리 같은 애정의 씨앗이 뿌려질 테다.
만약 12월 1일 '여론' 그대로 탄핵안을 발의하고 12월 2일 표결했더라면, 국민의 여론과는 완전히 다른 국회 표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12월 9일의 탄핵안 투표가 여론조사와 우연히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은 12월 1일에 어떤 정치인이 '여론을 거슬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꿋꿋이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 정치인의 이름은 박지원이다. 다들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른다면 알아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가 홀로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가며 '1일 발의 2일 표결'안을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12월 3일의 촛불 시위대는 앞으로 벌어질 표결에 대한 희망이 아니라 이미 실패로 돌아간 표결의 절망을 안고 거리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국민은 자녀로 은유될 수 없다. 대통령이 아버지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며, 공화정이 어머니인 것도 아니다. 국가는 가정의 확장판이 아니다. 언론과 지식인들이 시국을 개탄하는 목소리를 내준 용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원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존중하자는 변호사를 포함하여 모든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여자 대통령을 공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
대구 사람들도 자식들 눈치는 본다. 세상 돌아가는 정보는 어느 정도 안다. 좀 불편하지만 새누리당만 찍은 이유는 그래도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될 때다. 내가 알아서 새누리당을 찍는 것과 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테니 너희는 충실하게 따라와 라고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진박 논란을 펼친 사람들은 이 부분을 놓쳤다. 대구 사람의 자존감은 유명하다. 대구는 굳이 지하철이 필요가 없지만 '밍구스럽지 않기 위해'(즉 창피하지 않기 위해) 또는 '모양이 안 나기 때문에' 지하철을 3호선까지 만든 도시다. 나름 딸깍발이 정신 또는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와 같은 정서가 강하다. 진박 논란은 이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김태훈, 유희열, 옹달샘.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혐오 발언을 한 당사자들을 감싸는 의견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의 방어논리를 요약하자면 해당 발언들이 '의도는 그렇지 않으나 실수로 수위를 넘어서 막말이 되어버린 과한 표현'이었기 떄문에 이 정도는 눈감아주고 넘어가주지, 뭘 그렇게 난리를 치냐는 식이다. 이렇게 언제나 항상 결국 결론은 '여성혐오 발언을 한 가해자들이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어 지나친 비난을 받는다'로 귀결되어버리는 이 이상한 현상은 결국, '혐오'에 대한 한국 사회의 기본적인 인식과 합의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